개구리 울음소리
2023.5.17
장유張維
1587~1638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
자(字)는 지국(持國)
호(號)는 계곡(谿谷), 묵소자(默所子)
인조(仁祖)의 측근으로 조정의 높은 벼슬을 역임하면서도 늘 청렴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였단다.
양명학(陽明學)·노장사상(老莊思想)에 정통하여, 이들 사상의 영향이 담긴 글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 ‘개구리울음소리’는 계곡 장유의 대표작 「와명부」(蛙鳴賦)를 그대로 번역한 것!!
장유는 개구리울음소리를 듣고 천지와 음양의 조화를 터득했다고 한다.
이 책의 230Page 해설에 따르면
🐸<개구리울음소리>는
다른 사람과는 물론 우주의 다른 사물과도 평화롭게 공존할 것을 요구하는 장유의 생각이 비유적인 언술을 통해 날카롭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묵소자로 지칭되는 장유는 고요히 숨어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온 뒤 모여들어 울어 대는 개구리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거문고도 타지 못하고 책도 읽지 못한다. 묵소자는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해 재를 뿌려 개구리를 죽이려고도 해 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에 싸인다. 이때 지나가던 사람이 묵소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그대는 도무지 사리분별을 못하는구려.
사람 생리의 변덕스러움도
사물의 성질도 모르고 있소.
광활한 이 우주에는
만물이 어울려 살면서
각자 형체와 기운을 받아
꾸밈없는 본연의 소리를 내는데
제 성질대로 표현하는 것이지
사람더러 보고 들으라는 건 아니라오.
사람도 그렇소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각자 달라서
성인(聖人)의 음악조차
묵자(默子)의 무리에겐 비난을 받았다오.
어찌 그 많은 움직임과 모양과 소리를
그대가 즐길거리로 삼을 수 있겠으며
어찌 저 만물이 제 천성을 바꾸어
그대의 눈과 귀만 즐겁게 해 줄 수 있겠소?
<... 개구리울음소리 시 중에서...>
지나가던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이 글의 주제는 우선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각기 생존의 이유와 조건을 타고났건만 인간이 자신만 중한 줄 알고 다른 존재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람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쉽다.
사람이 저마다 개성이 달라서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도 한 것처럼, 또 취향이 달라서 맑은 목소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좋아하기도 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사물은 타고난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러한 생물의 여러 가지 특성을 제 취향에 맞추어 뜯어고치거나 아예 없애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자기중심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
자연 만물이 내는 소리 가운데 듣기 싫은 소리도 인간더러 들으라고 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듣기 좋은 소리 또한 인간더러 들으라고 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개구리를 싫어하고 개구리를 없애려 하는 행위는 바로 인간 중심의 폭력인 셈이다.
지금 그대는 자신만 생각하고 사물은 남이라 여기고
자신에 갇혀 남을 미워하고 있구려.
나와 사물이 모두 자연의 소리를 내며
통하고 막힌 것의 근원이 같음을 모르고서
꼭 생물을 죽이고 내 뜻대로 하려 하니
바로 이치를 몰라 어진 행동을 못하는 것이 아니겠소?
아니면 작은 즐거움 때문에 큰 근심은 묻어 버리거나
작은 고민은 해결하고 큰 피해는 내버려 두는 셈이니
개구리가 시끄럽게 우는 건 싫은 줄 알면서
큰 개구리가 크게 떠드는 게 진짜 싫은 줄은 모르는 것이라오.
이런 사실 미루어 알질 못하니
어쩌면 그리도 어리석은 게요?
<... 개구리울음소리 시 중에서...>
100page 해설
>> '개구리울음소리'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가 외면하고 억압하려 드는 모든 것이다. 나와 타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노력한다면 개구리울음소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자신을 반성케 하고 각성시키는 소리가 될 것이다.
🐸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 (속담)
시끄럽게 우는 개구리 소리도 듣기에 따라 좋게도 들리고 나쁘게도 들린다는 뜻!!
같은 현상도 어떤 기분 상태에서 대하느냐에 따라 좋게도 보이고 나쁘게도 보임을 이르는 말
요즘에는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도 심심찮게 개구리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만약 개구리 소리가 듣기 싫거나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의 기분 상태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 행복하지 않아서 자연의 소리조차 귓가에 거슬리는지...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
마음이 행복하면
만사가 좋게 들리고
좋게 보일 듯
우리고전 100선책중 05 다섯번째 책으로 출간된 개구리 울음소리는 장유선집으로 최지녀 편역이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닮고싶어지는 밤!!
우리고전 100선책 시리즈들 틈틈히 읽어봐야겠다.
징유 징유
카페징유
☕️